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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지난 1995년 처음 도입한 이후 15년 동안 운영하여 오던 《올해의 작가》전을 새로운 수상 및 후원제도로 개편하여 2012년에 출범시킨 제도이다. 그 결과 《올해의 작가상 2012》전은 『중앙일보』 선정2012년도 화제의 전시 1위, 『아트인컬처』 선정 2012년도 최고의 전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으며, “올해의 작가 2012”로 선정된 문경원·전준호 작가는 국내작가로서는 20년 만에 카셀 도큐멘타에 초청되고, 광주 비엔날레에서 ‘눈예술상’을 수상하는 개가를 올렸다.
올해로 두 번째의 무대를 맞이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3》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적 잠재성과 비전을 제시한 역량 있는 작가와,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 미술의 발전 및 진흥에 기여한 작가를 선정하여 후원하고 전시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고 새로운 한국현대미술의 경향 및 담론을 주도하고자 하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이번 제2회 《올해의 작가상 2013》 전을 위해, 그간 운영위원회의 위촉을 통해 미술관 내·외부 10인에 이르는 추천위원들의 추천과, 5인의 국내·외 심사위원단에 의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본 과정을 거쳐 선정된 작가는 공성훈, 신미경, 조해준, 함양아이다. 이 4인의 작가는 2013년 7월 19일부터 10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올해의 작가상 2013》전에 참여한다.
특정한 주제를 염두에 두고 작가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작가들의 역량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본 전시와 제도의 성격상,금번 전시 역시 각양각색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는 작가들이 제각각 구상한 프로젝트를 나란히 보여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매체와 방법론을 구사하는 작가 4인의 개인전이 동시에 개최되는 것을 방불케 하는 형태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동시대미술에 대한 통찰력과 감각이 뛰어난 관객이라면, 이들 다양성을 아우르는 어떤 공통된 저변을 은근히 느낄 수도 있으리라.
(작가별 설명)
공성훈: 겨울 여행
공성훈(1965년생)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는 한편으로 서울산업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창작활동 초창기에는 다양한 매체를 전방위적으로 구사하는 개념적인 작업을 주로 발표하였으나,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정통적인 회화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모습이 가득한 화가 공성훈의 그림은 자연에 대한 외경이나 그로부터 비롯되는 숭고미가 아니라, 더 이상 착취될 수 없을 정도로 착취된, 인간에 의해 포섭되어 한갓 연극 무대장치처럼 변해버린 자연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풍경을 뒤덮는 구름과 폭풍은 여전히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어떤 것이 건재함을 시사한다. 그것은 자연일수도 있지만 인간의 통제능력을 벗어난 어떤 알 수 없는 힘, 속된 예를 들자면 금융위기 같은 상황적 변수자체, 혹은 고정된 형체를 지니지 않은 인간의 욕망 따위의 속성일수도 있다. 또 더 나아가서 이 힘이란 일상화된 위기, 일촉즉발의 전쟁위협, 또는 오늘날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가 보여주는 가차 없는 천박함 그 자체를 시사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이들 그림에서 느끼는 경탄은 그림 속에 재현된 자연에 내재한 숭고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니다.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자연은 마치 과장된 옷과 차림새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서글픔과 애처로움을 느끼게 하는 피에로처럼 보인다. 자연은 스스로의 장관을 한껏 뽐내고 있지만, 그 한껏 과장된 웅대함의 장관은 화면 한 구석에 조그맣게 등장하는 인간의 흔적에 의해 일거에 풀죽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우리가 이 그림에서 경탄해 마지않는 숭고함은 재현된 자연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자연의 장관을 일거에 중층적인 의미가 풍부한 회화로 전환시켜버리는 화가의 화면 장악력, 그 능력의 숭고함이 아닐까 생각된다.
신미경: 트랜스레이션-서사적 기록
신미경(1967년생)은 서울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후 영국에서 유학, 이후 서울과 런던을 오가면서 작업을 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본 작가는 조각의 영역에서 ‘번역’을 화두로 하여 작업을 꾸준히 지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작가의 ‘번역’은 견고한 재료로 된 각종의 고전적 유물을 부드럽고 무른 일상적 재료인 비누로 옮겨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은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자리한 고전적 전범들이 가진 견고함을 무르고 부드럽게 만듦으로써, 그 전범들이 지닌 가치의 영속성에 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도록 이끈다. 아울러 이 ‘번역’은 현대사회 속에서 갈수록 가속화되어가는 삶의 경험, 그리고 문화 사이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우리 시대의 상황을 시사하기도 한다.
때때로 작가의 번역작업은 그저 원본에 충실한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직역이나 의역을 방불케 하는 창조적 번역의 방식을 통해 원본과 번역된 사물 사이의 차이를 공공연히 드러내곤 한다. 이는 조각상의 얼굴을 작가 자신의 얼굴로 바꾸어 놓는다거나, 서구의 시각에서 바라본 중국풍을 띤 수출용 도자기들을 투명한 유령처럼 옮겨낸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작업 전반에 걸쳐있는 좀 더 근본적인 방식은 향기를 통한 후각적 인식이다. 이는 사물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있어 시각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일깨우고, 또 다른 감각의 경로를 새롭게 의식하도록 이끎으로써 현대사회와 미술의 영역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한계를 좀 더 넓히는데 기여한다.
조해준: 사이의 풍경
조해준(1972년생)은 초창기에 각종 오브제와 평면 이미지를 이용하여 자본주의 사회를 대표하는 로고와 상징들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차용하고 조작하는 작업들을 발표하였다. 이후 2002년부터 아버지 조동환과 함께 하는 독특한 공동작업 방식을 통해 드로잉 연작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이 그림들은 격변의 한국근현대사 속에서 한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을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해학 넘치게 드러낸다.공동작업을 하며 자신의 삶을 풀어내던 와중에 아버지는 문득 자신의 기억 속에 공백으로 남아있는, 아들의 학창시절에 대한 궁금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다시 아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간다. 이러한 공동작업은 차츰 진화를 거듭하여, 매체상으로는 드로잉, 설치, 만화책, 영화로 확장되어가고 있으며, 그 시야는 아버지와 아들의 삶뿐 아니라 일가친척의 가족사, 1980년대의 민주화 활동가, 더 나아가 최근에는 동유럽 출신 독일 이주민, 북한 유학생, 아랍 출신 성직자 등 세계사의 변방으로까지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작가가 보여주는 <사이의 풍경>은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의 삶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같은 대목으로서 현실과 환상사이에 존재하는 불가사의한 삶의 순간, 세계사의 유장한 흐름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다양한 삶의 작은 편린들, 어느 평범한 생활인의 소박한 창조물들이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어 동시대미술작품으로 재탄생하는 모습들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예술이 세대 간의 괴리와 갈등을 중재하고 소통의 물꼬를 트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내는 흔치않은 사례를 이 풍경들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함양아: 넌센스 팩토리
함양아 작가(1968년생)는 영상을 중심으로 하여, 오브제,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구사하면서 꿈, 사회,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여 왔던 이 작가가 보여주는 이렇듯 다양한 작업들이 끊임없이 회귀하는 시원이자 영원한 화두는 결국 삶이다. 이번에 보여주는 <넌센스 팩토리> 역시 사회의 축소판으로 우리 삶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생각해보는 작품이다. 작가에 의하면 <넌센스 팩토리>는 우리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은유이다. 본 작품은 작가가 구상한 짤막한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일종의 부조리극 같은 색채를 띠면서 현대사회를 풍자한다. 이야기 속의 <넌센스 팩토리>는 “첫 번째 방: 중앙 이미지 박스 통제실”, “두 번째 방:복지정책을 만드는 방”, “세 번째 방: 쿠폰을 만드는 방”, “네 번째 방: 예술가들의 방”, “다섯 번째 방: 팩토리 지하”, “여섯 번째 방: 새로운 팩토리의 도면을 그리는 방” 등 여섯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들은 각각 이미지시대의 문제, 현대사회에서 이데올로기화 된 행복, 자본주의 시스템의 화폐경제, 예술계의 문화적 속물주의, 아슬아슬한 상태에 처한 이상주의의 가치, 성장제일주의의 무한경쟁 등 우리가 속하여 살아가는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동시대의 사회적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21세기 초 고도산업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은유적으로 재현해놓은 본 작품의 체험을 통해, 우리는 매일 마시는 물과 공기처럼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들이 마셔왔던 지금 우리의 삶을 되새김질 해보고, 그 맛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곰곰이 되돌아보게 된다.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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