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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박이소 - 개념의 여정 Yiso Bahc – Lines of Flight》은 박이소의 예술세계를 드로잉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자리이다. 개념미술가이자 설치작가로 우리에게 알려진 박이소는 자신의 관념과 태도를 끊임없이 노트와 드로잉으로 기록했으며, 작품을 전개하는 미디어로서 드로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에게 있어 드로잉은 자신의 개념적 태도를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또 다른 도구이자 창작영역이었다. 이번 전시는 박이소의 작업세계를 그의 드로잉과 드로잉적인 초기 회화 2백30여 점을 통해 살펴보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박이소의 작품세계는 어떤 차원에서 매우 드로잉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의 작품세계가 정주적이고 물질적이라기보다는 임시적이고 가변적이며 동사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의 본질과 사유의 흐름이 가장 구체적인 흔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박이소의 드로잉이다. 박이소의 드로잉은 크게, 일반적 의미의 ‘드로잉(Drawing)’, ‘개념 드로잉(Drawing Concept)’, ‘설치 포트폴리오(Installation Portfolio)’로 구분될 수 있다. ‘드로잉’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표현적이고 선언적인 (한편으로 확장된 회화라고 말할 수도 있는) 드로잉 그 자체이며, ‘개념 드로잉’은 작업의 개념적 측면을 구체적으로 표상하는 드로잉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설치 포트폴리오’는 작품 제작과 설치를 위해 상황에 맞게 그가 반복적으로 수정한 설치를 위한 드로잉이다. 작가는 동일한 개념 드로잉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설치되는 조건과 상황에 따라서 그것을 미묘하게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작업을 드로잉이라는 형식으로 다시금 완성시켜 나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드로잉을 중심으로 박이소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드로잉의 형식적인 차원을 넘어 작가의 전체 작품세계에 드러나는 개념적 키워드를 설정함으로써 그의 드로잉을 재맥락화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초기 드로잉적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정체성(identity)과 자아(ego),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사회 정치적 이슈들을 살펴보며, 3층 전시장은 개념 드로잉과 설치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긍정, 만남과 소통, 그리고 새로운 이상향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3층 전시장에는 박이소 작업 세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1권의 작가 노트 사본, 박이소의 현대미술 및 드로잉에 대한 교육학(pedagogy) 자료, 작가의 육필 원고 및 번역서, 박이소의 친구들이 작성한 박이소에 대한 기억들(서면 인터뷰)이 비치된다. 이러한 전시 구성을 통해 박이소의 삶과 예술의 여정을 경험하는 동시에 드로잉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박이소는 1985년 뉴욕에서 대안공간 ‘마이너 인저리(Minor Injury)’를 설립하여 1989년까지 관장으로 활동했으며, SADI 드로잉 컨셉트 학과교수(1995-1999), 계원디자인예술대학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강사(2000-2003) 등을 역임했다. 1994년 하바나비엔날레, 1997년 광주비엔날레, 2001년 요코하마트리엔날레, 2003년과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미국연방예술기금(NEA) 회화상(1991),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200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2006) 등을 수상한 바 있다. 2004년 4월 26일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Drawing for “Today” (Yokohama), c.2000, pencil and color pencil on paper, 21 x 30 cm
Drawing for “Bakangse”, 2002, pencil and color pencil on cardboard paper, 21 x 30 cm
Drawing for “We are Happy”, c.2004, pencil and color pencil on paper, 21 x 3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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