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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간/빈-영화제

/제1회 빈-영화제/ 기록, '시사IN' 317호






● 연희동·연남동 <빈-영화제>

길 건너 홍대 앞에 비해 덜 붐비는 곳. 홍대 앞처럼 사람들이 몰릴까 다소 걱정하거나, 혹은 기대하는 곳. 연남동과 연희동의 정서가 요즘 그렇다. 골목마다 작은 카페와 식당,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219-6번지. '프로젝트 대안사이공간'도 그 골목길 어디에 있다. 예술장르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해온 이들이 세 들어 있는 건물의 다른 세입자도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한다. 우연이지만 자연스레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일종의 이웃 공동체다. 

지난해 가을, 옆 건물에 화재가 났다. 하루 아침에 시커멓게 변한 건물이 철거되자, 공터가 생겼다. 금세 무언가 들어설 거라고 생각했는데 땅소유권 문제가 복잡해 지금껏 비어 있다. 주인 없는 공터에 마을 주민이 가끔 빨래를 넌다. 개인의 공간이지만 아무도 살지않는 공적인 공간이 되었다. 한 독립영화 감독과 이야기하다 영화를 만들어도 관객에게 가 닿기까지 '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허물어진 옆집처럼 벽을 허무는 작업을 해보고자고 생각했다. 전시가 공간 안에 갇히는 게 대안 공간의 한계라고 생각해온 터였다. 10월 한 달 매주 금요일, 공터에서 야외 상영회를 열기로 했다. 영화 <시네마천국>이 연상되는 풍경. 이름은 <빈 영화제>. 비어 있는 공간, 가난할 빈(貧),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미국 B급 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201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플라잉 피그> 등의 단편을 비롯해 <벨빌의 세 쌍둥이> <파리의 멋진 인생> <서칭 포 슈가맨> 등 다른 영화제에서는 여간해서 보기 힘든 영화를 상영한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