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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뼛쭈뼛한 대화', 아트선재센터






《아트선재 오픈 콜 #2: 쭈뼛쭈뼛한 대화》


  • 전시 기간: 2013년 7월 11일(목) - 8월 18일(일)
  • 관람 시간: 오전11시 - 오후7시 (매주 월요일 휴관)
  • 전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2층
  • 관람 요금: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 《11회 다음작가전 정희승 / 부적절한 은유들》(아트선재센터 3층, 2013. 7. 6 - 8. 18)과 통합 요금입니다.
  • 주최: 아트선재센터
  • 기획: 이성휘
  • 협력: 사무소
  •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참여작가: 총 10명(4가족)
    이소영, 이길춘(소영 부), 한명숙(소영 모)
    구민자, 구재유(민자 부), 양희중(민자 모)
    박형지, 유창희(형지 모)
    이성휘, 이정길(성휘 부)

오늘날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소통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이는 현대미술이 전방위적으로 취하는 소재이기도 해서 많은 예술가들이 소통을 주제로 하는 작업을 펼쳐 왔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또한 시대와 역사, 예술과 삶에 대하여 여러가지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해온 작가들이다. 그러나 작가들은 소통의 방향을 외부로 하여 타인이나 사회와 소통하는데 몰두하면서, 정작 자신과 가장 밀접한 존재인 부모와는 예술에 대한 소통을 소홀히 해왔다. 자신의 커리어와 삶의 기반을 쌓기 위한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30대의 작가들로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 시간들을 부모와는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30대의 우리가 부모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 따라서 소통이 불가능할 어떤 시점을 통보받기 전에 작가들은 소통의 대상에서 누락시켜 왔던 자신들의 부모들과 예술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 거창한 예술담론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삶의 기원자들과 예술과 삶에 대하여 성실하고 정직한 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소영, 구민자, 박형지, 이성휘가 각자의 부모들과 예술로써의 관계 맺음 방식에 따라서 네 가지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작업과정 및 결과를 전시로 구성했다.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부모들은 역할 및 작업 진행방식에 따라 예술가로서, 협업자로서, 또는 미술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참여해 예술가인 자식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었다. 작가들은 자신들과 부모 간의 예술로써의 관계 맺음 방식을 부모들의 취미와 관심사, 전문성 등에서 착안했다.



1. 드물게 찾아온 시간
- 참여: 이소영, 이길춘(소영 부), 한명숙(소영 모)
- 출품작: 영상 1점, 설치 약 2점

이소영은 ‘드물게 찾아온 시간’ 프로젝트를 통해서 각기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부모들에게 가족들이 공유하는 기억을 짚어가며 삶과 예술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가족간의 대화는 감정이 앞서서 논리적인 화술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 가족들이 선택한 방법은 매일 아침 딸이 식탁 위에 질문을 올려놓으면 부모들이 시간을 갖고 찬찬히 대답을 적어내려 가는 방법이었다. 살면서 가장 외롭다고 느꼈을 순간이나 컴플렉스, 꿈에 대한 질문은 어려운 질문이 아니지만 평소라면 부모에게 질문할 생각조차 못한 것들이다. 부모들은 부모로서의 희망과 생각을 이야기할 때 사회, 역사적인 관점과 통계적인 관점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손글씨로 나눈 대화는 3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로 짜여져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영상 속의 자식들은 부모들에게 질문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좀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그간 개인의 삶과 갈등, 감수성에 문화와 역사가 관계하는 방식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왔던 이소영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족이라고 하는 프레임을 통해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도를 한다.





2. 구&양 문화재단 Gu & Yang Art Foundation
- 참여: 구민자, 구재유(민자 부), 양희중(민자 모)
- 출품작: 드로잉 약 5점, 영상 2점, 설치 1점

구민자는 예술가의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재단과 지원자의 관계로 치환하여, 경제 활동이 여의치 않은 예술가인 자신을 지원하는 ‘구&양 미술재단’을 부모와 함께 발족시킨다. 이사장이 된 부모는 현실적으로 예술가의 꾸준한 작품활동은 경제적 후원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일차적으로 부모가 후원자가 될 수밖에 없었음을 토로한다. 또한 자식이 처한 현실을 보면서 막연히 품었던 예술에 대한 동경이 착잡한 심정으로 바뀌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들은 정기적인 창립총회를 통해서 재단의 아이덴티티와 정관, 활동에 대해 협의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사적인 관계를 공적인 제도로 치환하는 작업이지만 이들이 세운 재단은 기성의 미술재단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이들의 창립총회는 ‘대칭 연습’이라고 명명한 사진들로 매회 기록되었다.




3. 너의 그림
- 참여: 박형지, 유창희(형지 모)
- 출품작: 회화 약 10점, 영상 2점

‘너의 그림’ 프로젝트에서 박형지는 퇴직한 어머니가 여가 활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착안하여 대등한 위치의 화가로서 어머니와의 공동 전시를 준비하였다. 두 사람은 전문성의 여부를 떠나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의 행위로 대화를 시도했으나, 작가에게 어머니의 취미미술은 여가활동으로 비춰지고, 반면 어머니에게 자식의 현대미술은 보편적인 미를 추구하지 않는 난해하고 배타적인 세계다. 공동 전시를 위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작업 소재를 교환하였는데, 딸은 도시의 밤풍경과 인공조명을 받은 사물을 어머니에게 작업의 소재로, 어머니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상기할 수 있는 시골의 한옥집, 정미소, 폐가 등을 딸의 작업소재로 제시하였다. 서로가 제시한 주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회화적 표현방식과 마찰을 일으켰는데, 평소 회화의 물질성과 우연적 효과를 추구한 딸은 어머니가 제시한 대상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어머니가 들려준 배경 이야기를 통해 회화적 심상을 찾았다. 반대로 어머니는 딸이 제시한 대상을 흔들린 사진으로 찍어 모호한 형상을 얻음으로써 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추상성과 물질성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어머니는 어릴 적 향수를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반면, 딸은 회화의 표면이 아름답게 보이길 바라기보다는 우연과 실수의 반복에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을 중시한다. 이들의 대화는 서로가 이해하고 있는 회화에 대한 두 화가의 대화이지만 전업작가와 취미미술작가의 경계를 가르는 기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할 것이다.




4. 소년이로학난성
- 참여: 이성휘, 이정길(성휘 부)
- 출품작: 서예 약 20점, 드로잉 1점

‘소년이로학난성’은 아마추어 서예가인 아버지의 서예를 기획자 딸이 전시로 기획하는 프로젝트다. 딸은 아버지의 작품으로 전시를 기획하면서 예술을 업으로 하여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소통을 시도한다. 20여 년전 서예를 시작하게 된 고천은 홀로 유교 고전을 탐독하고 글씨를 연마해서 미술대전 서예부문 입선의 경력이 있는 아마추어 서예가이다. 그의 방은 각종 고전과 자전, 그리고 직접 고안한 서예 도구와 장치들로 꽉 차 있다. 퇴계 이황의 한시를 해석하고 자신의 생활과 심경을 한시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그의 글씨 쓰는 모습은 오래전부터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집안의 한 풍경과도 같다. 장성한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서예는 유난스런 취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일까? 20여 년 간 고천이 홀로 만들어온 글자의 세계를 딸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 아트선재 2013 공모 기획안 

   http://www.artsonje.org/asc/img/2012/13_open_call/artsonje_open_call_02_sunghui_lee.pdf


. 아트선재센터 http://www.artsonj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