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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12,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기획한 "올해의 작가상 Korea Artist Prize"은 역량있는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제도이다. 새롭게 개편된 《올해의 작가상 2012》에 함께할 역량 있는 작가를 선정하기 위해 그간 10인의 국내외 미술인으로 이루어진 추천단과 5인의 국내외 심사위원의 노고가 있었다. 이를 통해 김홍석, 문경원·전준호(공동작업), 이수경, 임민욱 4팀이 'SBS문화재단 후원작가'로 선발되어, 《올해의 작가상 2012》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의 작가상 2012》전시를 위해 미술관은 작가들에게 그들이 평소 구상하고 있었으나 펼쳐 보지 못한 작품을 출품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결과 전시는 단일한 주제로 묶이기 보다는 개별 작가들이 제공하는 4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작가들의 평소 관심이 반영된 4개의 개인전이라 해도 무방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각기 다른 촉수를 이용해 감지하여 제시하고 있다. 때로 그것은 개인사의 문제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예술의 가치나 존재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다가오기도 하며, 또 어떤 경우 그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인식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여기"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40대 작가들의 시대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공통된 시대의식을 발판으로 우리 시대의 단층을 들추어내는 4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김홍석 : 사람 객관적 - 나쁜 해석 (People Objective - Wrong Interpretations)

  김홍석은 이번 전시를 위해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이라는 제목으로 세 개의 방을 마련하고 각각의 방을 ‘노동의 방’, ‘은유의 방’, ‘태도의 방’이라 이름 붙였다. 동일한 작품으로 이루어진 이 세 개의 방에 대해 작가는 노동, 은유, 태도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작품과 관련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 이야기들은 퍼포머에 의한 전시가이드(도슨트)의 형태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이를 통해 김홍석은 미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도전하고 동시대의 미술을 미술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적 합의에 대해 재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이 창작되고, 전시되고, 소통되며, 유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노동과 작품의 의의, 그리고 작품이 드러내는 입장과 태도 등 미술계에서 작품을 작품으로 인식하고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다양한 맥락을 일화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미술계를 중심으로 얽힌 그물망과도 같은 사회, 경제, 문화 시스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한편, <사람 객관적 - 나쁜 해석>에서 전시장에 놓인 전통적인 형태의 작품들은 작가의 개념과 관객을 연결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오히려 작가가 정작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전시가이드 퍼포머가 전달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퍼포머의 전시 가이드 행위는 김홍석의 작품을 완성하는 행위이자, 작품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전시가이드를 통해 제공되는 이야기는 작품을 좀더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는 듯하지만, 오히려 작가는 그것을 이용하여 작품의 존재 형태를 전도시키며 현대미술계의 상황을 재고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경원 · 전준호 : 공동의 진술 Voice of Metanoia - 두 개의 시선

  <공동의 진술 Voice of Metanoia - 두 개의 시선>에서 문경원과 전준호는 이전 프로젝트 'News from Nowhere'를 통해 터득한 "예술은 인간 인식의 변화를 위한 기획"이라는 생각을 작품을 통해 제시한다.

 

전시장에 놓인 설치, 드로잉, 영상을 아우르는 통합 작업은 우리시대 예술의 형태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들은 시각언어보다는 개념 언어가 난무하는 우리시대에 예술이 유지해야할 범주를 유명 전시 포스터에서 기인한 색상과 설치작업을 통해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통해 문경원과 전준호는 예술의 본질과 역할을 규정하기 보다는 예술이 인간 인식의 지평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역사적 사실만을 담담히 제공한다.

 

영상 작업을 통해서는 예술의 역할과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미래에서 현재로 파견된 윌리엄 게스트(Wiliam Guest)의 행적을 담아낸다. 사건의 실마리를 쫓아가는 형사와도 같은 태도로 미술과 예술의 본질과 역할을 추적하는 그는 미술관을 방문하는가 하면, 미라는 것이 존재할 것 같지 않은 환경 속에서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는 인간 욕구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행적을 쫓아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우리 시대가 규정한 미와 예술은 때론 우리를 수긍하게도 혹은 우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윌리엄 게스트의 시선과 발끝이 머무는 곳에서 만나는 미술의 현장은 있는 그대로 우리의 현실이자 자화상이다. 이런 점에서 문경원·전준호의 작품이 제공하는 예술에 대한 인식이 우리로 하여금 인류가 끝없이 추구해 온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 본질과 의미를 재고하는 기회를 제시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수경 : 쌍둥이 성좌 (Constellation Gemini)

  이수경의 <쌍둥이 성좌>는 작가의 대표작업인 <번역된 도자기>와 연장선에 위치한다. 전시장 중앙을 차지하는 12각형의 좌대위에는 천점의 <번역된 도자기>가 설치된다. 도자기들은 마치 성단과도 같이 무수하게 전시장의 중앙을 차지하는데, 이전 작업과는 달리 완성된 형태가 아닌 깨어진 조각에서부터 새로운 형태를 갖춘 번역된 도자기까지 다양한 단계의 개체들이 모여 한 점의 작품을 형성한다. 이것은 작가가 이전까지 보여주던 작품 제작방식과는 달리 자신의 생각을 재료나 대상에 강요하지 않는 단계에 도달하였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수경은 양손을 이용하여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되는 회화를 제작하는 자신의 작품제작 특질에 주목하여 "대칭"을 전시 주제로 선택하였다. 개인적인 작품 제작방식에서 출발한 이 개념은 개인적 특질을 넘어 좌우 대칭의 교방춤, 족자 작업 및 설치로 이어진다. 같으면서도 다른, 나이면서 내가 아닌, 하나이면서 동시에 둘인 대칭 이미지는 전시장을 메우며 깨진 상처나 파편화된 수많은 나와 타인들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이러한 작업은 내 안의 나아닌 존재, 즉 내 속의 타인과 타인 속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자 나와 타자의 같음을 발견하고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임민욱 : 절반의 가능성 (The Possibility of the Half)

  임민욱은 북한의 김정일 주석과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오열하는 주민들 모습에서 영감받아 제작한 <절반의 가능성>을 출품하였다. 슬픔에 가득찬 주민들의 모습에서 국토 전체가 마치 커다란 연극무대가 된 것 같은 아이러니함을 느낀 작가는 그러한 연극적 풍광을 조장하는 이데올로기와 미디어의 역할에 주목한다.

 

끝없이 지속 될 것만 같은 연극적 상황과 사실을 보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미디어에 의해 아이러니 하게도 사실이 취사선택되고, 무엇이 실재하는가 보다는 무엇이 보도되는가가 사실의 판단기준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작가는 체제 유지를 위해 맹목과 정화의 가운데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는 미디어의 현장을 전복시켜 놓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보통 사람이 뉴스의 주체로 다시 서는 세상을 꿈꾼다. 편집이 없는 뉴스 그리고 보통사람이 주체가 되는 뉴스는 미디어가 다다르지 못할 이상향이다. 현실에서는 방송사고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이러한 상황을 작가는 전복된 뉴스의 현장과 영상, 관객에게 열린 앵커석, 그리고 그곳에 앉는 사람을 위한 스크립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한편, 변화의 가능성을 잉태한 뉴스의 현장을 작가는 그 특유의 털, 머리카락, 새털과 같은 연약한 재료들과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로 촬영한 유동적 이미지로 마무리 하고 있다. 이들 재료와 이미지는 촉각적인 특성을 지닌 것들로 미디어의 탄생과 발달을 이끈 시각적 특성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촉각적 특성은 오열하는 주민의 모습 속에 내재한 원시성과 보통사람이 주체가 되는 미디어의 현장과 어우러지면서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이상향을 일깨우고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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